1. 해남은 21세기를 위하여 남겨놓은 땅

2. 위기에 처한 농업은 환경으로 해결할 때

3. 종다양성관리계약제도는 또 다른 대안

4. 축제와 생태공원

5. 대안으로 해남의 문제를 생각해 볼 때

1. 해남은 21세기를 위하여 남겨놓은 땅

지난 11월 10일에 해남 인구보다 많은 손님인 20만 이상의 가창오리를 저 멀리 영암호에서 볼 수 있었다. 시베리아에서 수 천km를 날아 해남이 좋다고 찾아 왔는데도 손님이라기에 너무 천대를 받는 것 같다. 고천암에서 영암호로, 금호호로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데 이제 그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정해주는 것은 손님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해남은 산, 바다, 물 그리고 사람 모두 다 넉넉하여 아름답다. 해남은 겨울 철새들이 찾는 것으로 자연과 문화, 환경이 어우러진 이상적인 고장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자연과 문화, 환경은 21세기의 중요한 화두가 아니던가? 그래서 해남은 21세기를 위하여 남겨 놓은 땅이 아닐까?

지금 21세기를 위하여 물려받은 땅이 여러 곳에서 요동을 치고 있다. 간척지는 거대한 공사장이고, 염전은 양식장으로 변하고 있다. 갯벌은 오염으로 몸살하고 있으며, 바다에는 독한 염산을 뿌려대며 김을 양식하고 있다. 평생 한번 찾을 관광객의 불평을 듣고 도로를 확포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타 지역민을 위하여 간척지에 골프장을 지어야 한단다. 해남천에 차량을 위한 쉼터를 위하여 사람의 정이 깃든 하천을 바꿔야 한단다. 농업을 위하여 만든 간척지에 군사기지를 만든단다.

그러한 변화는 우리보다 해남을 찾는 새에게서 먼저 느낄 수 있다. 황새, 재두루미, 가창오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오직 해남에서만 유일하며, 거기에 먹황새와 독수리 등은 해남의 가치를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지금 해남을 정기적으로 찾던 황새, 재두루미, 먹황새는 그 자취를 찾기 힘들고, 기러기는 그 수가 격감하여 가끔 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가창오리는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해남을 헤매고 있다. 최근 종다양성관리계약제도나 생태공원에 대한 논의는 종합적인 고려의 산물이라기에는 너무 어설프다.

생태적인 고려없는 공사는 해남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간척지, 갯벌의 생태적인 접근은 21세기의 필수적인 요구조건이다.

지금 어떤 방향으로 공사가 이루어지느냐는 해남의 미래를 결정시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너무도 많고 빠른 개발 때문에 한 순간의 방향상실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의 선택이 해남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2. 위기에 처한 농업은 환경으로 해결할 때

농촌 멸망의 시계는 24시를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다. 아무도 24시 이후가 어떻게 될지 꿈꾸지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오직 오늘과 2003년까지만 살아갈 것 같다. 어렴풋이 보이는 2004년 이후는 아마도 절망일 것이다. 그러나 희망의 싹은 보이지 않는가?

간척지는 해남의 희망이고 좌절이다. 넓은 땅의 엄청난 수확은 희망이지만 또한 친환경농산물 인증에 필요한 수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해남쌀의 존립을 위협한다. 친환경이미지는 해남쌀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2004년 이후는 친환경이미지만이 희망의 싹이다.

이미 전국 대부분 간척지의 수질은 농업용수로서의 한계를 넘어서 친환경이미지를 가질 수 없다. 지금 해남의 간척지는 다른 간척지보다 더 심한 공사를 하고 있어 수질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다양한 환경을 파괴하여 종다양성을 헤치는 요인이 된다. 그런 공사는 친환경농업의 이미지보다 대량 생산과 편리성만을 생각한 19세기 농업의 페러다임이다.

간척지의 친환경 개념 도입을 위한 디자인과 공사는 해남 농업의 마지막 살길이다. 거대한 농토에서 대량의 비료와 농약에 의한 대량 생산의 의미는 이미 그 가치를 상실한 때이다. 간척지 논에서 미꾸라지와 우렁이가 있고, 뜸부기가 우는 논, 겨울에는 황새와 재두루미가 있고 가창오리가 나는 곳의 이미지는 쌀의 가치를 제고한다.

서산은 올해 대대적인 축제를 치뤘다. 이때 환경단체와 농민들이 만나 앞으로 농업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따라서 논의 볍짚을 태우고, 걷어내는 것이 작년의 1/10 정도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새들을 지키고 있다.

서산보다 더 넓고 아직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해남은 어떤 모습인가? 간척지는 거대한 공사판이고 맑은 날 볍짚 태우는 연기가 자욱하고, 해남의 이미지를 높여 줄 새들은 방황하고 있다.

간척호수는 수질을 개선시켜줄 습지로서의 기능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습지를 파괴하는 준설은 즉시 멈추어야 하고, 갯고랑은 그 모습을 살려주어야 하며, 논과 호수가 연속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논으로 난 큰 도로는 지양되어야 하고, 곳곳에 습지 공간을 확보하여야 하며, 물은 넓은 습지를 지나 논에 제공되어야 하며, 논에서 나온 물은 습지를 거쳐 정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농민은 농약과 비료의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도록 하며 해남의 이미지를 높여줄 새들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하여야 한다.

모두 뜻을 합치면 해남에는 2004년 이후에도 간척지와 쌀은 남아 있지 않겠는가?

3. 종다양성관리계약제도는 또 다른 대안

해남은 올해 우리 나라 최초로 경상남도 창원, 전북 군산과 같이 종다양성관리계약제도를 실시한다. 51만평(170ha)의 논의 10%는 벼를 수확하지 않고 새들의 먹이가 되도록 놔두었고, 51만평에는 겨울철 새들의 쉼터가 되도록 논에 물을 담아둔다. 이를 위하여 환경부와 해남군 예산에서 1억 8천만원 정도를 투입한다. 국회의 예산안 통과에 의하면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6곳으로 늘려 확대 실시한다고 한다.

제도의 시행은 정부에서 생물 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앞으로 새의 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농업과 환경을 같은 관점에서 보게 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못 먹고 못살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 제도는 1억 8천만원을 그냥 겨울동안에 놔두어 없애 버리는 매우 낭비적인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농업을 생각할 때 농촌을 살릴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대안일 수 있다.

종다양성 관리계약제도 시행으로 생산된 쌀이라고 홍보도 할 수 있고, 시행된 지역의 물의 개선 효과를 연계시킬 수 있으며, 시행 지역과 그 이외의 지역에서 농약과 비료의 사용량을 비교하여 제시할 수 있으며, 제초의 효과와 논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나 미꾸라지, 메뚜기, 개구리의 상태를 비교하여 해남쌀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이다. 그야말로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지불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해남의 종다양성관리계약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담당 공무원 1명이 여러 업무 중 하나로 취급하고 있으며, 1억8천만원이 드는 일인데도 앞으로 그 쓰임새가 어마어마할 조사보고서도 없는 1회용 행사로 마치고 있고,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것도 어떤 곳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만 아니라 물을 가두는 것도 일부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자치단체장이 이에 대한 마인드가 없기 때문에 감독하여야 할 관청에서 무관심하여 나타난 것이다. 해남쌀의 이미지와 해남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큰 기회를 가만히 앉아서 차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종다양성관리계약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의 사용량을 많이 줄이고 있고 겨울철 철새들이 많이 찾고 있다. 농민들의 의식이 변하기 시작하였고, 환경도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를 더욱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적극 홍보하여 해남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본적인 기초자료를 축적하기 위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필수이다.

4. 축제와 생태공원

가을이 되면 만국기가 나부끼고, 청팀 백팀으로 나뉘어 기마전하는 것이 생각난다. 놀이 문화가 변변치 않던 예전에는 학교 운동회가 지역의 축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금이 자본주의 사회이니 모두가 돈으로 통하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돈도 벌고 주민들의 잔치가 되는 것은 일석이조이겠다.

지난 가을의 갈대제는 환경과 농업이 만나서 해남의 농산물에 친환경이미지를 제고한다는 의미로서 좋은 시도이겠다. 같은 시기에 충남 서산에서도 축제가 있어 많은 대비가 되며 더 발전된 축제를 위하여 비교는 필요할 것이다.

서산의 축제에서는 국제적인 세미나가 있었으며, 국내의 각종 언론에 의해 홍보가 이루어졌다. 이를 위하여 농민들은 밀렵을 감시하였으며, 볍짚을 태우지 않았고, 농약을 적게 사용하는데 동의를 하였다. 전국적인 환경운동가의 관심으로 축제 기간 중 많은 회의와 모임이 있었다. 또한 전국에서 조류 탐사를 위하여 찾은 사람에게 개인당 3,000원의 참가비를 받아 약 5천만원 정도의 이익을 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해남의 갈대제는 전국 방송은 아닐지라도 지역언론에 각각 홍보되었으며 찾는 사람도 첫회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꽤 되었다고 한다. 서산은 5,000만원의 시설비가 들었으며 탐조 안내 가이드로 투자한 예산 정도는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해남은 3600만원을 다 써버렸다.

단순 비교로도 전국적인 알뜰한 행사와 조그만 마을의 거창한 행사로 평가된다. 많은 열정과 해남의 역량을 동원하여 한 행사이지만 결과로 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또 그곳에 생태공원을 만든다는 소리가 들린다. 생태공원도 갈대제 정도의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지역의 축제와 생태공원을 다른 의미로 접근해 본다. 현재의 시점에서 생태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을 생태적으로 설계하고 1년동안 운영하여, 이를 설계의 개념과 시행 과정, 결과, 앞으로 방향을 가지고 축제를 여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를 제안해 본다. 그 과정은 다양한 사람들을 조직할 수 있고, 농민들의 사고를 바꿀 수도 있으며, 해남의 친환경적인 노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종다양성관리계약제도와 함께 하면 축제로서 좋은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곳이 생태공원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모든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안목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5. 해남의 문제를 생각해 볼 때

간척호수에서 모래 채취, 간척지의 골프장 건설, 소각장 문제, 해남천·삼산천의 공사문제, 화원의 환경영향평가 없는 도로 개설 등은 최근 해남군에서 시행하려 했거나 준비중인 공사 들이다. 예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군사기지, 간척지의 공사, 땅끝탑의 문제 등과 합하면 전부 들먹이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모두다 자연을 변형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왜 자연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가? 이제 자연이 조용히 살도록 놔둘 법도 한데.

해남인구에 비하여 몇 명되지 않은 환경단체는 모두 해남군에서 하려는 일을 못하는 "안티 해남군 단체"로 바뀔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사태는 해남군을 위하여 너무 소모적인 것 아닌가? 발표가 이루어지기 전에 충분히 대화를 하고 그 합리성이 보장되었을 때 공식발표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일을 처리할 수는 없는가?

해남군은 다른 지역보다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고 하던데 이 정도의 일을 그렇게 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서로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가창오리가 올해도 잊지 않고 해남을 찾았지만 다른 새들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창오리를 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 간척호수와 논은 농약과 비료에 찌들려 다른 생물들은 해남을 등지고 있다. 가창오리도 그럴 운명에 처할 날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

영암호의 미암 지역은 이미 개답공사가 끝나 작년에 일부지역에서 벼농사를 지었는데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지역 농민들이 야단이다. 농약을 거의 쓰지 않았는데도 메뚜기나 개구리 등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물이 썩어 심한 악취가 났으며, 갯고랑을 메운 지역은 농기계 등이 빠져 농사를 지을 수 없었고, 황토를 뿌린 지역은 소금기가 황토에 흡착되어 벼가 죽었단다.

이미 개답공사의 문제점을 여러 번 제기하였고 그 현실이 영암지역에 나타나고 있다. 결국 영암호, 금호호의 간척지의 개답공사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되느냐에 따라 해남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이 진행되어 가는 것을 볼 때, 아직 공사가 입찰되지 않는 곳은 "환경과농업을위한모임"에서 그 방향을 잡아 일을 잘 추진하면 좋은 결실을 얻어 수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친환경적으로 공사의 개념을 도입하여 바꾸지 않았을 해남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을 잃게 될 것이다. 여러 해남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고천암에서는 생태공원을 이야기하고, 영암호와 금호호 지역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 방향을 재대로 잡아간다면 영암호, 금호호, 고천암은 전국에서 가장 생태적으로 잘 조성된 농지로서 해남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